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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디오 초기 시절 회고
나에게 있어 최초의 오디오 시스템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볼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70년대 초 우리 집에 들어 온 장 전축이다. 6V6 싱글 앰프에 삼미 8 인치 스피커를 양옆에 달고 신일사제 8 인치 턴테이블이 달린 이 전축에는 비록 모노이긴 하였지만 FM 튜너가 붙어있었다. 이제 30년이 가까워지는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 , 펄 시스터즈 그리고 전자 오르간 무드 경음악 등과 같은 이름이 붙은 LP판이 옆에 꼽혀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이 전축으로 당시 300원 정도 하였던 팝송 해적판을 청계천 등지에서 많이 구입하여 들었다. 딥 퍼플, 레드 제플린, 산타나 등 지금도 자주 듣는 락 음반들을 너무 시끄럽게 틀어
공부는 안하고 시끄러운 음악 만 듣는다고 온 가족으로부터 눈총을 많이 받았다.
대학교에 진학한 70년도 중반에는 4 채널 방식의 스테레오가 외국에서 많이 유행했었다.
CD-4, QS(Qudraphonic Sound) 등 3 가지 이상의 4 채널 방식이 난립하여 사라져 갔지만
당시 미국의 Audio 지나 Stereo Review 등과 같은 잡지에서 본 일본제 4 채널 리시버의
외관은 뇌리에서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여 몇 달치 월급을 모아 인켈에서 나온 최초의 4 채널 인터그레이티드
앰프를 샀다. 아마 그때만큼 오디오 기기 구입후의 만족감을 느낀 때는 또 없으리라 생각된다. 일단 앰프만 구입했기 때문에 6V6 앰프 대신 이 것을 삼미 스피커에 연결하고 들어보니 음이 깨끗해졌기는 한데 부드러운 맛이 없어지고 음악성도 많이 없어졌음이 느껴져 이상하게 생각했다. 당시는 진공관 앰프라면 험이 조금은 들리는 구닥다리 물건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왜 진공관 소리가 더 좋은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국산이기는 하지만 좀 제대로 된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로 바꾸고 그전의 세라믹 카트리지에서 슈어 M-55 MM형 카드릿지로 바꾸어 LP를 틀어 보니 그 음이 천지차이로 변한다는 것을 느끼고 한동안 감격하여 모든 판을 꺼내서 이 판 저 판 들어본 것들이 생각난다. 다음에 업그레이드 한 것은 일본 파이오니아사제의 CS-55 3 웨이 스피커. 대학 졸업 때까지는 이런 시스템으로 클래식음악을 중심으로한 음악 감상에 열중하였다.
아르바이트로 생기는 월급은 라이선스 판 구입에 거의 써버리고 항상 주머니는 빈 채로 학교에 다녔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학원 진학 후에 논문 프로젝트 관계로 실험 기기를 꾸며야 되어야한 했다. 선배의 도움을 받아 기기를 만들면서 납땜이라든지 전원부 설계 , 어스 라인 잡는 법 등을 실제로 익힐 수 있어 나중에 오디오 기기 자작을 하는 큰 밑거름이 되었다.
직장 취직 후에 청계천 책방에서 구한 일본 자작 책에 나온 60W MOSFET 파워 앰프를 꾸며 봤는데 채널간 음량이 달랐지만 맑고 우렁찬 소리가 나오는 데 반하여 일찍이 자작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비용의 문제 때문에 고민 할 때 자작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비용의
문제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달관 할 수 있었지만 공휴일과 퇴근 시간 후의 많은 시간을 회로도와 각종 부품과 함께 보내야만 하는 또 다른 희생을 치러야 했다.
현재는 10 대 이상의 진공관식 앰프와 MOSFET 파워 앰프 등을 자작하여 이 것 저 것 번갈아 가며 들고 있는데 어느 정도 처분하여 생활 공간을 확보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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