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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발매 산울림 전집 세트의 부클릿에 들어갈 technical note 초안
테크니컬 노트
산울림의 아날로그 마스터 테이프를 가지고 1996년에 첫 번째 디지털화 작업을 했다.
당시는 Revox B-77 Mk2 릴 테이프 데크로 재생하여 16비트 A/D 컨버터를 통해 DAT( Digital Audio Tape)에 16 비트, 44.1Khz의 CD 포맷으로 디지털화 되었고 그 DAT 디지털 마스터 테이프들을 기본으로 8개로 된 산울림 전집 CD가 만들어졌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1996년 7월 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0주년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머리에 스친 것이 벌써 CD를 위해 디지털화 작업을 한지 10년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릴 테이프는 몇 년에 한번씩은 다시 풀어서 정상속도로 Play를 하여 다시 감아 주어야지 오래 보존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간의 기술 발달로 현재는 보다 원음에 가까운 SACD( 슈퍼 오디오 CD)와 DVD-Audio 란 포맷도 나와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여 두 번째 디지털화 작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이 미친 김에 김창완님과 통화를 했다. 제 2 차 디지털화 작업의 필요성과 마스터 테이프의 보존 작업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다. 그리하여 얼마 후 연락이 왔다. 집에 보관되어 있던 마스터 테이프를 다시 찾아냈다고 ...
며칠 후 받은 마스터 테이프는 모두 3 꾸러미 . 무게만도 만만치 않았다.
약간은 다시 흥분이 되는 상태에서 육안 검사에 들어갔다. 일단 보존 상태는 양호. 마스터 테이프 내부에 펜으로 쓴 인덱스가 정겨웠다. 1978년 7월 , 1980년 4월 .... 이라는 날짜가 그간 지나간 세월을 잊게 해 준다
2 차 디지털화 작업에는 릴 테이프 데크로서 스위스제인 Revox 2트랙 데크를 철저하게 최고급 부품으로 완전 개조 한 것을 사용하였다.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하여 며칠에 한번씩은 켈리브레이션용 릴 테이프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정을 하면서 마스터 테이프를 재생하였다. 디지털화 하는 A/D 컨버터는 미국 Apogee사의 Mini-Me . 이를 통해 CD의 16 비트 , 44.1Khz 샘플링 보다 수십 배 더 정교한 24비트, 96Khz로 디지털화 되었다. 이렇게 고품위 디지털화한 파일은 독일의 M-Audio 디지털 하드 디스크 레코더를 통해 2 GByte CF 미디어에 저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릴 테크를 제외한 모든 기기의 전원은 배터리를 사용하였다. 일반 가정용 전원을 사용할 시에 있을 수 있는 전원잡음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이었다.
저장된 파일은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으로 옮겨지고 여기에 Sound forge 8.0이란 사운드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한 에디팅 작업을 거친 뒤 하드 디스크에 옮겨졌다.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란 것은 당시 녹음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후 바로 편집한 테이프로서
이것으로 들으면 정말 눈앞에서 바로 스튜디오 창을 넘어 실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 섬뜩하게 들 정도로 놀랄만한 음질을 내 준다. 다행히 30년이 지난 현재도 그 음질의 변화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산울림의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 들은 김창완님의 자택에서 잘 보존 되어 왔다. 70년대 우리 가요와 포크가 전성기 이었을 때 그 주옥같은 노래의 마스터 테이프가 상당 부분 없어져 버려 CD를 재발매 할 때 음원을 LP에서 복각하여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 일부의 녹음 스튜디오는 당시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 여건상 LP 제작 후 마스터 테이프를 지워서 재사용하였다고 한다 )
2 차 디지털 변환 작업을 하는 과정은 3달 정도가 걸렸고 여러 가지 난관도 있었고 아쉬움도 많았다.
작업하는 동안 최상의 음질을 얻기 위해 마스터 테이프를 재생하면서 곡 하나 하나가 끝날 때마다 테이프 레코더의 헤드와 주행 시스템을 깨끗이 딱야 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이어졌다. 마스터 테이프가 오래 된 것은 30년 정도가 지나 테이프에서 자성체 성분이 떨어지고 이것이 릴 데크의 헤드에 묻게 되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제거해야 제 음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것은 가장 기념비적인 1 집의 A면에 들어간 곡의 마스터 테이프의 분실 되어 대신 카세트테이프 제작용 마스터 테이프를 사용한 것이다. LP용 마스터 테이프는 릴 테이프의 주행 속도가 15ips인데 비하여 카세트용은 그이 반인 7 1/2ips 이다. 고음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며 다이내믹한 느낌도 다소 떨어진다.
또 몇몇 테이프들은 습기를 빨아들여 엉겨 붙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런 테이프는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유통되던 테이프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이유인 즉은 1976년에 포경금지 조약이 되면서 테이프 뒷면에 바르던 고래에서 추출한 천연 윤활유 대신 인조 윤활유를 사용한 제품 때문인데 이런 테이프들은 몇 년 지나면서 서서히 주위의 습기를 빨아 들여 테이프 자체가 엉겨 붙어서 주행 불능에 이를 지경에 까지 된 것이다.
산울림 마스터 테이프 중에도 불운하게 이 과도기적 릴 테이프를 사용하여 문제가 된 것이 몇 개 있다. ( 이런 이유 등으로 일부 곡들은 마스터 테이프를 사용하지 못하고 상태 좋은 LP를 골라 이를 디지털 잡음 제거 처리하여 사용하였다. )
24비트, 96 Khz로 디지털 화 된 파일을 3웨이 멀티 앰프 시스템을 통해 모니터링 해 보면 기존 CD와는 차원이 다른 시원하고 폭넓은 해상력과 다이내믹한 음을 들려준다. 이렇게 24비트 96 Khz로 디지털 변환된 마스터 파일은 로앤엔터테인먼트( 구: 서울음반)의 레코딩/에디팅 스튜디오로 옮겨져 최종적으로 CD 제작에 필요한 디지털 마스터링 작업이 진행 되었다.
마스터 테이프를 디지털화 하면서 가끔씩 어떤 LP나 CD에서도 발표 되지 않은 미수록 곡이나 산울림 3 형제가 연주한 연주 버전 또는 MR이라고 불리는 녹음용 연주곡 들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이때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 간 연주곡과 MR에 맞추어 노래 불러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어째든 오리지널 산울림 3형제의 반주이니까.
또 보너스 트랙으로 1996년 3월 홍대 앞 카페 ‘곰팡이’ 공연 실황 중에서 발췌한 곡 들이 들어 있다. 이 날 공연은 김창완님이 앰프 기타 한대로 좁은 공간에 100여명에 달하는 관중과 함께 했다. 그날 공연 실황은 김창완님 앞에서 1m 떨어진 곳에 설치된 오스트리아 AKG사의 CK-1 모듈 사용 One-Point-Stereo 마이크로폰/DC 앰프와 특수 제작된 AD 컨버터 그리고 휴대용 DAT 레코더를 통해 생생하게 녹음 되었다.
또한 산울림 공연 중에서 이제는 전설이 된 1996년 6월 마지막 날의 강원도 문막 공연 실황에서 불려진 곡들도 일부가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어 있다. 농가 앞마당에서 산울림 열혈 팬들 50 여명과 함께 새벽 3시부터 시작하여 동틀 무렵까지 진행된 이날 공연은 스웨덴 Milab사의 VIP-50 콘덴서 마이크로폰 2 개를 ORFT 형태로 산울림 3 형제 앞 2m 정도에 배치하였고 진공관식 마이크로폰 앰프, AD 컨버터와 DAT 레코더를 통해 녹음 되었다. 녹음 과정에는 일체의 프로세싱을 배제하고 연주되는 음 자체가 그대로 녹음 되도록 하였다.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통하여 들어 보면 그 날 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 십수 년간 산울림 그리고 김창완님의 공연이 있으면 기회가 닿은 대로 녹음을 해 놓았는데 그 중에서도 문막 공연의 녹음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 정말 안타깝게도 지금은 고인이 된 김창익님의 드럼 사운드가 너무 생동감 있게 들린다.
2000년 초 인가 몇몇 산울림 음악 애호가와 함께 일요일 오후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지하 락 카페를 빌려 볼륨을 충분히 키워서 이 문막 공연 녹음을 다시 감상하고 있었을 때 지나가던 여성 팬 2명이 실제로 산울림 3 형제가 공연 혹은 리허설을 하는 줄 알고 카페로 놀라서 뛰어 들어오기도 했던 그런 일화가 있는 녹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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