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가요 마스터 릴 테이프를 찾아서

audio 와 Home theater 2005. 9. 7. 11:25


마스터 테이프 이야기와 관련된 한가지 에피소드는 아른바 청계천 8가 황학동 고물 시장에서 찾아낸 60-70 년대의 가요가 담긴 마스터 테이프에 관한 이야기이다 .


부모님 댁에서 버스로 15 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일요일 오후 가끔 심심풀이 삼아 황학동 고물 시장에 가서 각종 잡동사니들을 구경 하고 또 가끔은 옛날의 가요 LP들을 골라서 싼값에 사는 재미를 느끼곤 하였는데 그중 각종 구형 릴덱등 녹음기 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 가게를 지나는데 가게 앞에 수북히 싸인 7인치 짜리 릴 테이프가 눈에 들어 왔다.

대개들 어학교재를 녹음 하거나 방송국에서 흘러 나온 폐기 처분된 테이프들이라 별로 관심없이 지나 치곤 했는데 이례적으로 깨끗한 박스가 눈길을 끌길레 살펴보니 주로 국내 영화의 주제곡이나 관련 음악들을 녹음한테이프들이었다.

박스안에는 마장동 스튜디오나 장충동 녹음 스튜디오, 간혹은 강남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오리지널 테이프들로 노래제목 ,연주시간,연주 악단또는 가수 , NG 난 부분의 표시 등이 명기 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별 가치가 없는 영화들과 관련된 녹음이었지만 계속 뒤져 보니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70년대초의 포크계열 가수 였던 김인순씨의 노래 ( 여고 졸업반등..) 과 김세환씨,정미조씨 박미경씨등의 노래가 든 테이프들도 발견 되었다. 테이프 상태를 보니 먼지가 잔뜩 묻기는 하였지만 꽤 보존이 좋은 상태여서 일단 가수들의 노래가 든 테이프는 모두 골라 개당 2000원씩 주고 삳다.

주인 한테 물어보니 어느 집에서 1200개쯤 나왔는데 어학교재 상한테 800개쯤은 팔고 난 나머지라고 하였다. 집에 와 걸레로 먼지를 딱고 리복스 릴데크에 걸어 먼저 정미조씨의 곡이든 테이프부터 틀어 보았다. 첫소절이 나오는 순간 . 거의 기절할 정도로 생생한 목소리. 70년대초의 정미조씨가 바로 스피커 가운데서서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외롭다고 느끼실땐 두눈을 꼭 감고 ...휘파람을 부세요..’


전율을 느낄만한 생생한 음에 감동 되어 나머지 테이프들도 틀어보니 모두 다 직접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제1 세대 원본 테이프 또는 마스터 테이프( 곡 사이 사이 마다 리더 테이프로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어 쉽게 구분 할수 있다.) 인 것을 알았다. LP에서는 들을 수 없는 거대한 다이나믹 레인지의 상쾌한 음이 그러면서도 미세한 뉴앙스가 잘전달 되는 김흥을 만끽 할수 있었다

몇몇 테이프는 60년대에 에 녹음되었는지 아직은 한참 젊은 시절의 최희준씨 목소리 그리고 양미란 씨 등등 거의 기억에 가물가물한 가수들의 스튜디오 현장 녹음테이프들도 들어 있어 흥미로웠다. 여담이지만 최희준씨의 60년대 목소리가 매우 김미롭고 음폭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중저음대의 목소리가 매우 윤기 있고 부드럽다고 느꼈다.

이들 테이프를 계속 살펴보니 작곡자가 계속 정민섭씨로 표기 된 것을 알수 있었고 그것으로 추측해 보건데 작곡가 정민섭씨가 소장 했던 테이프가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방출되었는 것으로 짐작 되었다.


이후에 이런 원본 가요 테이프들을 찾아 보려 몇몇 방송국과 녹음스튜디오에 문의 했으나 대부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마 많은 양의 원본 가요 마스터 테이프들이 재사용을 위해 지워지고, 거리로 나와 어학테이프 용으로 팔려 나가 없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흑백영화 필림 들이 밀집 모자의 띠로 사용 되기 위해 잘려져 없어져 버린 것과 같은 과정으로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씁슬 한 감을 버릴수 없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LP로 나온 곡들의 마스터 테이프는 물론 방송국에서 녹음된 테이프들도 잘 보관 되어 있어 비틀즈가 해체된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이런 미발굴 미공개 자료를 모아 "Beatles Anthology' 란 CD 가 나오고 있는 상황과는 너무나 대조적이 아닐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