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를 이용한 아이슬란드 트레킹 및 일주여행 ③ – 이재홍

해외 여행 및 트레킹 2018. 8. 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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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이용한 아이슬란드 트레킹 및 일주여행 ③ – 이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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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아이슬란드 북부 지역의 관광 명소인 미바트 지역의 트레킹과 관광을 하는 날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캠핑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일단 다행히 날씨가 좋다. 아이슬란드는 날씨의 변화도 심하고 특히 바람이 많이 불어  캠핑하기 힘든 날이 많아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니 햇살이 눈부시다.

링 로드 1 번 국도를 타고 약 2 시간 정도에 미바트 호수 인근에 있는 조그만 마을인 레이캬흘리드 (Reykjahlíð)에 도착. 일단 캠핑장 사정부터 알아보았다. 미바트 지역은 주변에 화산지역으로 뜨거운 온천물이 곳곳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따뜻함으로 인해 파리와 모기가 많은 단점이 있다.

<미바트 호수 전경>

첫 번째 들른 Bjarg 캠핑장은 호수 주변에 위치한 곳으로 경관이 훌륭하고 바로 길 건너편에 슈퍼마켓도 있어 위치도 좋았지만  미젯(Midget)이라고 불리는 작은 모기 떼 들이 극성스럽게 달려들어 도저히 견딜 수 가 없을 정도 여서 포기하고 일단 트레킹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미바트란 이름 자체가 현지어로 ‘모기떼의 호수’란 뜻이라고 한다.

방문자 안내 센터에 들려 주변 지역 트레킹 지도를 얻은 후 이 곳으로 부터 걷기 시작하였다. 목표는 딤머보기르(Dimmuborgir). 약 14Km 정도의 거리이다.

정상적으로 걸으면 4~5 시간 정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곳인데 우리는 잘못 길을 들어 헤매었고 다시 돌아오는 구간까지 도로를 통해 걸어오게 되어 총 8 시간 정도 걸렸다.

트레킹 시작은 매우 걷기 편한 평지를 걷게 된다. 약 1 시간 정도 걸으면 45 도 정도의  뜨거운 온천물이 솟아오르는 온천 동굴인 Grjótagjá 를 지나게 된다. 사유지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몸을 씻거나 하는 것은 금지 되어 있지만 들어가서 사진 촬영 하는 정도는 허락이 되어 있다.

길게 화산암이 솟아 오른 지역에 여기저기에 뚫린 구멍 사이로 들어 가 보면 밑에 뜨거운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다시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멀리서 화산 분화구가 보인다. 이곳이 흐베르피욜 산 (Mt. Hverfjall)으로  평지에 커다랗게 화산 분화구가 솟아 있다.  지표면으로 부터 463 m 의 높이를 가진 이곳은 다소 경사가 있는 길을 올라가야 한다. 잔자갈과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걷기가 쉽지 않아 천천히 오르니 전체가 마치 한라산 백록담처럼 가운데가 푹 들어간 전형적인 화산 분화구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가운데가 물이 아닌 모래와 화산재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좀 다를 뿐.  봉우리 주위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반대편으로 내려 왔는데 여기서 표지판 보는 것을 소홀히 하고 큰 길을 따라 걸었다가 낭패를 보았다. 전혀 다른 길로서 지도에는 나타나 있지도 않은데도 4 륜 구동차가 다닐 만큼 넓은 길이어서 의심 없이 갔다가 1 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말았다.

트레킹의 날머리인  딤머보기르는 현지어로 흑성(黑城)이란 뜻이라고 하는데 2000년 전에 분화한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미바트 호수의 물에 의해 급격히 식으면서 여러 형태의 부정형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중간 중간에 나무와 풀들이 어우러져 있어 더욱 신비스러운 모습을 만들어 낸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띄지만 군데군데 붉은 색 등 조금씩 다른 색깔의 용암 바위가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이 끝나는 지점에는  전망 좋은 곳에 조그만 카페가 있어서 우리들은 여기서 맥주와 청량음료 등을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하면서 넓게 조망을 하며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트레킹 출발 지점인  레이캬흘리드 (Reykjahlíð )방문자 안내센터까지는 미바트 호수를 끼고 도는 도로를 따라 걸어 돌아 왔다.

서둘러 캠핑장을 몇 군데 둘러 보다 호숫가에서 좀 멀리 떨어진 Vogar 캠핑장으로 정하고 첫 번째 캠핑을 하게 되었다. 구름은 살짝 끼었지만 캠핑을 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는 날씨여서 큰 다행이었다.

이 캠핑장은 펜션도 같이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 곳들은 이미 사전 예약한 여행사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이 캠핑장은 취사를 할 수 있는 대형 텐트가 쳐져 있고 내부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였다. 가장 좋은 것은 파리 떼와 모기떼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미바트 지역에서 캠핑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이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바트에는 유명한 천연 온천 (Myvatn Nature Baths)이 있다. 레이카비크 근처에 있는 블루라군에 이어 두 번째 정도로 유명한 곳인데 덜 인공적이고 가격도 약간 저렴한데다 그렇게 붐비지 않아 이곳을 선호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우리들은 너무 피곤했고 또 블루라군을 이미 예약 해 놓아서 이곳을 찾지는 않았다.  캠핑장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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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에서 일어나니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다행히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아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텐트 밖에는 이슬이 많이 맺혀 있다. 여산우님들이 아침을 준비 하고 있는 동안 미바트 지역의 여러 곳을 둘러 볼 동선(動線)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 그려 본다.

<미바트 호숫가에 위치한 회프디(Höfði). 아름다운 숲이 있다.>

우선 미바트 호수 동남쪽에 위치한 회프디(Höfði) 라는 곳을 찾았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드물게 울창한 숲과 함께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는 곳이다.

미바트 호수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열기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온도가 높아서 숲이 형성된 것 같다. 주로 자작나무의 한 종류라고 여겨지는 나무가 많았다. 걸어서 40 분 정도면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을 정도인데 거의 평평한 숲속 길이다. 숲과 함께 따뜻한 온도를 가진 호수가 있어 각종 철새들이 많이 찾아와 철새를 관찰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산책 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다녀 올 수 있는 길로서 848번 도로에 바로 인접해 있다.

미바트 지역에 있어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한 번쯤은 차에서 내려 꼭 걸어 보길 추천하고 싶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미바트 호수의 가장 남쪽에 있는 스쿠투스타디르 (Skútustaðir) 이란 곳으로 분화구 유사 지형이다.

실제 분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용암이 흘러와 쌓인 곳에 있던 호수물이 뜨거운 용암에 의해 비등하면서 폭발하는 과정에 의해 분화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분화구 지형의 끝을 따라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걷기가 편하고 전망이 좋아 관광버스도 많이 정차하고 있었다.

<크라플라 화산지대 모습. 대규모 지열 발전소도 있다.>

우리들은 좀 더 긴 코스를 택하여 약 40분 정도 걸은 후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함께 달달한 케이크로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미바트 호수를 떠나 다시 1 번 도로를 따라 북동쪽의  크라플라(Krafla) 화산지대로 향했다.

언덕을 넘어가니 마치 황량한 사막과 같은 곳에서 여기 저기 증기가 올라오고 심한 유황 냄새가 나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헤브리르 (hevrir) 라고 하는 곳으로 이곳이 화산 지대임을 나타내듯 지표 면 여러 곳에서 맹렬한 증기를 내뿜고 있는 곳이 있고 유황 냄새를 풍기며 끓고 있는 진흙탕 등이 있었다.

특이 한 것은 지표면 색깔로 전체적으로 붉은 색을 띠지만 중간 중간에 유황 성분이 축척되어 노란색을 띤 곳, 어떤 곳은 소금 층이 있는 듯 하게 흰색으로 되어 마치 화성의 표면을 보는 듯 했다. 주차장 옆으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탐방로가 설치되어 있다. 약 30분 정도면 다 돌아 볼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크라플라 화산지대. 이곳을 가는 길목에  크라플라 지열 발전소가 있다. 세계에서 제1 높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가진 아이슬란드는 그  대부분을 지열발전에서 얻고 있는데 이곳의 지열 발전소 규모는 상당했다. 지표면에서 약 2000 m 의 깊이에서 200 도의 수증기를 뽑아내어 발전을 한다고 한다. 방문자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비티( Viti ) 분화구를 찾았다. 직경 약 300m 정도의 분화구로 1724년 이 지역의 대대적인 화산 활동 때 만들어 졌다고 한다. 분화구 안에는 푸른색의 호수가 있고 분화구 주위를 따라 걸어 볼 수가 있다. 대략 40 분 정도 걸린다.

이 분화구는 전체적으로 갈색의 먼지 흙으로 이루어졌고 거의 식물도 살지 않지만 중간 중간에 따뜻한 온천물이 흐르는 곳 주변에만 이끼류 등 조그만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춥고 황량한 곳이라서 그런지 마치 하얀 솜방망이 같이 생긴 꽃을 피우고 있는 식물 자생 군락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라이나쿠르( Leirhnjúkur ) 용암지대 트레킹>

이 카플라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라이나쿠르( Leirhnjúkur ) 용암지대이다. 1724년 부터 시작하여 아주 최근까지 이어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용암지대로 땅바닥에 손을 대 보면 미지근하게 느껴진다. 용암이 식어서 부정형하게 형성되어 독특한 풍광을 갖고 있다. 군데군데 수증기를 뿜는 구멍과 끓고 있는 진흙탕도 볼 수 있다.

이곳은 관광 명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주차장도 꽤 넓다. 

전체적으로 돌아보려면 1 시간 이상이 소요 되는데 가장 인상적인 곳은 주차장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둥근 돌들 위에 이끼가 끼어있는 지형이다. 이는  화산 폭발시 마그마가 공중으로 분출 될 때 공중에서 마치 대포알처럼 원형으로 형성되어 지표면에 떨어진 곳으로 넓은 공간에 여기 저기 대포알이 떨어진 듯 하게 만들어진 지형이다. 시간이 흘러 이 돌 위에 이끼가 끼고 흙이 끼어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지형이다.

중간 중간에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탐방로는 확실하게 잘 표시 되어 있다. 워낙 지형이 험하기 때문에 가급적 깔창이 두툼한 트레킹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부터 시작하여 미바트 호수까지 연결되는 13Km의 트레킹도 가능하다. 평지구간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고 약 4~5 시간 정도 소요된다.

<유럽 전체 중에서도 가장 수량이 많다는 데티포스>

카플라 지역을 떠나 향한 곳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수량이 많은 데티포스(Dettifoss)로 향했다.

이 폭포는  높이 44m, 넓이는 100m 정도지만 아이슬란드는 물론 유럽에서도 초당 흐르는 수량이 가장 큰 폭포라고 한다.  멀리서도 물보라 때문에 폭포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주차장에서 약 10 분 정도 걸으면 나타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쌍무지개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약간 흐린 관계로 아쉽게 무지개는 보지 못했다. 폭포 가까이로 접근 할 수 있는 탐방로는 물보라가 세차게 내리기 때문에 항상 젖어 있어 우비를 입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수량은 많다는 것 뿐. 아름답지 않다. 마치 거친 황무지 속에 불쑥 나타난 거대한 폭포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걸어서 20 분 정도에 떨어진 셀포스( selfoss ) 까지 다녀왔다. 이 두 폭포 구경을 포함해 약 1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엄청난 수량 때문에 한번은 볼만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에 비하면 수량 면에서도, 경관 면에서 많이 뒤지는 듯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그냥 통과해도 크게 아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날 숙소는  에길리스타디르(Egilsstadir)마을로 가는 1 번 국도 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Guesthouse Skjöldólfsstadir). 이름은 게스트 하우스이지만 여기서는 2 성급 호텔 정도 된다.  이 지역은 정말 아무런 마을도 없이 도로만 이어지는 곳으로 이곳이 아니면 그나마 슈퍼마켓이라도 있는 에길리스타디르 마을까지는 아무런 숙소가 없다.

<캠핑장을 겸하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인디언 식 텐트 – 휴게 및 취사시설이다.>

캠핑장도 같이 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캠핑장에 딸린 시설을 이용하여 취사를 하였다. 마치 인디언 천막집과 같이 생긴 곳으로 통나무 뼈대에 동물 가죽으로 만든 천으로 덮어져 있다. 

중간에 불을 피울 수 있어 버너 사용하기 편리 했다. 밖에는 비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우리는 따뜻한 호텔 방에서 긴 여정을 보낸 하루를 정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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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아이슬란드의 동쪽 끝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1 번 국도를 따라 에길리스타디르 마을로 향했다. 중간 중간에 조그만 폭포도 보고 경치 좋은 곳에서는 잠시 차를 세워 사진도 찍고 하면서 1 시간 반 정도를 걸려 에길리스타디르 마을에 도착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마을. 슈퍼마켓도 있고 주유소도 있다. 반가운 슈퍼마켓에 들어가 또 여러 가지를 산다. 그동안 먹고 싶은 것은 이것저것 모두 고른다. 여행에서 중요한 즐거움이 잘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닐까.

다른 것은 그런대로 괜찮은 데  가장 원하는 고기류는 역시 모두 냉동육  뿐인 것이 너무 아쉬웠다. 다들 두툼한 스테이크 고기를 냉동이 아닌 것으로 원했지만 레이캬비크처럼 큰 도시의 슈퍼마켓에서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방금 구운 따끈한 빵이 있어 위안이 되었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운 후 세이디스피외르뒤르 (Seydisfjordur) 마을로 가는 93번 도로로 들어섰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 올라가니 정상 부근에 아주 넓은 빙하호수가 나온다.

지도를 보니 비요퓨르 산 (Mt. Bjólfur) 이라고 되어 있는데 푸른 에메랄드빛의 호수에는 유빙이 가득히 떠 있고 이곳저곳에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많이 남아 있다.

<호수의 유빙. 7월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모두들 한 여름에 보는 눈과 유빙의 신기한 모습에 환호를 지른다. 용감한 남산우는 호숫가에 붙어있는 유빙에 올라서 사진도 찍고 여산우들은 경사진 눈밭에서 굴러도 보고 사진도 찍고 하였다.

정상에 올라선 도로는 이제 다시 해안가를 향해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전형적인 피요르드식 해안 모습을 하고 있고 저 멀리 세이디스피외르뒤르 마을이 보인다. 내려가는 길 중간에는 구푸포스(Gufufoss) 와 함께 자그마한 폭포 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영화에도 나온 세이디스피외르뒤르 마을 전경>

세이디스피외르뒤르 마을은 인구 65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지만 아이슬란드 동쪽 지역에 있어 가장 특징적인 마을이다. 특히 화가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산다고 하는데 마을 중앙에 푸른 교회라고 이름 붙여진 마을 교회를 중심으로 예쁜 색들로 단장된 목조 가옥들이 모여 있다.

이곳은 이러한 특징 때문에  여름 기간에는  호화 크루즈선이 방문하기도 하고 푸른 교회에서는 재즈와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되다’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아스팔트 길을  내려오는 장면에 나온 마을로 더 유명해 졌다.

이곳에는 2 시간 정도의 짧지만 아주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있다. 마을 끝 편 쪽에 조그만 박물관부터 시작한다. 적당한 간격 마다 표지판이 나타나고 트레킹 길 흔적이 있어 어렵지 않다.  나지막한 나무들과 풀들로 가득 찬 이 트레킹 길은 아이슬란드의 모든 트레킹 루트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길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세이디스피외르뒤르 마을 뒤편의 트레일>

마치 마을 뒷산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10여 분 정도 되면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달걀 5개를 합쳐 놓은 것과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나타난다. 트레킹을 하다 잠시 쉬어가라고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안에 들어가니 깨끗한 공간이다. 여기서 바람을 피해 잠시 점심 겸 간식을 먹을 시간을 가졌다.

이 구조물을 위쪽으로 트레킹 길은 계속 이어진다.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길게 산 옆쪽으로 해서 트레킹 길이 계속된다. 발아래 세이디스피외르뒤르 마을과 함께 전형적인 피요르드 협곡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함께 멀리 이어진 산들의 연녹색의 푸르름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또 이곳은 각종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 가장 많은 야생화 군락지를 본 날이기도 하다.

천천히 걸어서 약 2 시간 정도에 마을의 푸른 교회 쪽으로 난 길로 다시 내려 왔다.  푸른 교회와 함께 마을 중앙에는 온천으로 만들어진 수영장도 있고 소박하지만 격조 있는 레스토랑도 몇 개 볼 수 있었다.  우리 들은 마침 열린 주류 판매점 빈부드에 들려 현지 맥주를 산 다음 이날 숙소가 있는 에스키피외르뒤르 (Eskifjörður)로 가기 위해 다시 953 번 도로를 타고 에길리스타디르 마을까지 내려 온 다음 92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려야 했다.

이 마을은 인구 천 명 정도의 전형적인 어촌 마을로서 그다지 볼 것도 없다.

지형은 이곳도 전형적인 피요르드 형태의 지형으로서  세이디스피외르뒤르 마을을 방문 했다면 이곳을 지나치고 그대로 1 번 국도로 가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이 마을에는 조그만 슈퍼마켓 정도와 주유소 정도가 있다.

우리들은 주방과 거실이 딸린 콘도형 호텔에 예약을 했다. 호텔 앞에는 바로 바다였는데 낚시가 잘 된다고 들었다. 바다 낚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해 보고 싶었지만 낚시 도구 빌리는 값도 비싸고 미끼를 뭐를 써야 되는지 등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포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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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아이슬란드의 동쪽 편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특히 이 구간은 아이슬란드의 가장 주요한 도로인 1 번 국도임에도 불구하고 비포장 구간이 많다. 또 많은 구간이 자갈로 덮여있어 운전 할 때 극히 신경이 써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정말 이 구간은 황량 그 자체로서 민가가 전혀 없다. 높은 지대에서 다시 낮은 지대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아주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완전 한겨울 날씨를 보여 주었다.  3 시간 정도  1 번 국도를 따라 운전하고 내려오니 그제 서야 바닷가 쪽이 보인다.

남쪽으로 내려 와 처음 만난 마을이 회픈(Höfn )으로 조그만 어촌이다. 어촌이지만 아주 깨끗하고 집들도 예쁘다. 마을 중앙에는 방문자 안내 센터와 함께 조그만 박물관 (무료)도 함께 있었다. 곧 방문할 요쿠살론 (Jokulsarlon) 지역에 대한 정보도 얻고 박물관도 구경하였다. 박물관은 이 지역의 옛날 모습과 주위의 야생 동물 등에 관한 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요쿠살론 (Jokulsarlon) 빙하호의 모습>

바닷가 옆에서 차를 세워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하고 이 날의 하이라이트인 요쿠살론의 유빙을 보기 위해 서둘렀다.

이 요쿠살론의 유빙은 아이슬란드에서 손꼽을 정도의 관광 명물이다. 보통 아이슬란드를 관광을 위해 오는 사람들은 이것을 보기 위해 레이캬비크에서 꽤 먼 거리를 오게 된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이래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본 것 같다.

빙하에서 떨어진 얼음 조각이 요쿠살론 호수위에 떠 있다가 천천히 바닷가 쪽으로 흘러 내려간다.  빙하에서 떨어진 조각들이 이 호수에서  몇 년 동안 머물다가 녹고 다시 얼고 유빙끼리 부딪히고 깨지고 하여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의 유빙이 떠있다.

이러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유빙이 에메랄드 빛 호수 위에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떠 있는 모양이 환상적이다. 이 때문에 이곳은 ‘007 Die another day’ 와 ‘라라 크라프트 툼 레이더 ( Toms raider)’ 등 여러 영화의 로케 촬영 현장이 되기도 하였다.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약 2 시경 이었는데 수륙양용차를 타고 호수안으로 들어가 유빙을 가까이서 보는 관광 상품이 있어 알아보니 가장 빠른 시간이 오후 4 시에 탈 수 있다고 해서 포기 하고 호숫가를 따라 걸어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걸어서 보면 호숫가에 조그만 유빙 조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조그만 유빙 하나를 들어 깨물어 먹어 보았다. 약 1000년 이상 된 빙하에서 나온 물이다. 이곳의 빙하를 녹여 만든 지역 맥주도 있다고 한다.

약 40 분 정도 걷고 사진 찍고 하다가 다시 차를 타고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이곳은 여러 가지 모양의 유빙이 까만 모래 백사장 위에 널려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루기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좋은 작품을 찍고자 많이 몰려 있었다.

<스카프타펠 빙하 모습>

이날의 숙소인 스카프타펠 (Skaftafell) 내의 캠핑장으로 향해 서쪽으로 차를 가다 보니 가까운 거리에서 거대한 빙하가 보인다.

스카프타펠이 속해 있는 바트나이외쿠틀 국립공원(Vatnajökulsþjóðgarður)에는 여기저기서 빙하를 많이 볼 수 있는 80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빙하 중 일부는 거의 해안가까지 뻗쳐 있었다고 한다.

스카프타펠 캠핑장에 도착하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린다.

이 곳 캠핑장은 잔디밭과 간이 식수대, 화장실 이외에는 어떤 편이 시설도 없다. 비오는 많이 내려 식사 준비 등이 어려울 것 같아 다시 온 방향으로 8Km 정도 달려 스비나펠 (Svinafell) 캠핑장으로 갔다. 여기는 사설 캠핑장인데 캠핑장 옆에 넓은 크기의 실내 주방과 식당이 마련되어 있다. 비가 좀 더 세차게 내려서 텐트 치는 것을 미루고 저녁 식사 준비부터 하였다. 

저녁 식사 후 텐트를 치려니 더욱 비가 내리고 지면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여 그냥 차안에서 침낭을 피고 자기로 하였다. 나는 비좁은 차안을 피해 아예 침낭을 가지고 식당으로와 의자를 붙여 그 위에서 잠을 청하였다.

아이슬란드 전 일정 중 캠핑 하는 날이 단 이틀뿐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하루는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가장 힘든 밤을 보내게 되었다.